일단 처음부터 이 영화가 싫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등장인물 이름을 죽죽 나열하기 때문이다. 연구실 선배님들 이름도 다 못 외워서 쩔쩔매고 있는데 뭔 등장인물 이름을 나열하고 있냐. 그래서 한국인 정서에는 맞지 않는 영화이다. 듣기 평가가 초장부터 이렇게 난해하면 학생들이 문제 풀다 포기한다. 하지만 지리멸렬한 교수님 수업이 음악으로 들리기 쉽지 않듯 지리멸렬한 영화는 재밌기 다가오기가 어렵다. 아무튼 나는 사람들이 어찌 나오는지 반쯤 포기하고 영화를 봤다.
그러니 당신이 어쩌면 삶에는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요, 깨어나기 위해서는 꿈을 꾸어야 한다 같은 구절의 해석을 찾아 여기로 오셨다면, 사과드린다. 이동진 선생님이 언택트톡에서 이미 이야기하셨을 수도 있을 테니, 거기를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If you miss the one, you'll never get another one
Bee-dee-dee-dee-bom-bom to San Fernando.
She said, tomorrow I join in sweet matrimony
But if you act all right
Oh, you can take me out tonight
We can wine and dine and get back in time
For the last train to San Fernando.
If you miss the one, you'll never get another one
Bee-dee-dee-dee-bom-bom to San Fernando.
Be carefull of the places you're a-takin' me
'Casue if you slip, I'll slide and I may never be your bride
Bee-dee-dee-dee-bom-bom to San Fernando.
If you miss the one, you'll never get another one
Bee-dee-dee-dee-bom-bom to San Fernando.
Last train (to San Fernando)
Last train (to San Fernando)
Last train (to San Fernando...)
그리고 이어지는 신. 엔진이 살아있는 마냥 스파크를 튀며 기름덩어리 위를 활개 친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은 장면인데, 스파크가 튀면 기름에 불이 붙을 만 한데 그러지 않는다. 불이 붙을 만 한데 그러지 않는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엄밀하지 못하다. 내용이 개연성이 없는 것은 용서해도 의도적이지 않게 과학을 어기는 이런 후안무치한 행동에 다시 한번 치가 떨린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사막의 색감이 따뜻한가? 아니, 영화 초반부에서 언급하다시피, 삭막하도록 뜨거웠다. 이 더위는 침착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짜증 나게 만든다. 배우는 욕조에 들어가서 대사를 듣고, 남자는 대사를 치면서 붉은 불을 깨트린다. 영화는 답답함에 대한 해답으로 더위를 미친 사람처럼 즐기라고 한다. 밴드 음악에 맞추어 스텝을 밟아라, 행성 프로젝터에 러브레터를 남겨라. 진지한 코미디 배우와 하나되어 연기하라. 하지만 그런 결론을 나아가기에는 1막과 2막이 너무 복잡하지 않은가. 앤더슨의 색감을 보러 온 사람이면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오히려 2막부터 흑백으로 전개되는 장면들이 기억에 더 남는다. 거기에 보여주는 흑백감각이 사막보다 더 따뜻한 온기가 서려있다. 심지어 3막 후반에는 눈이 내림에도! 이렇게 된 이유는 흑백필름이라는 공간이 사람들의 연기가 더 절제되어 있어도 그 속의 사람들이 입고 떠드는 공기의 온도가 적당해서 그런가 보다. 아님 단순히 내가 여름이 무더운게 싫은 걸수도 있고.
영화에 마지막으로 마음에 안 드는 게 하나 더 있는데, 흑백으로 전개되는 사건의 대사 사이 간격이 너무 좁다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두 남녀가 발코니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대사가 너무 빨라 상상조차 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그 장면이 좋은 장면이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추가) 어쩌면 삶에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할때, 배우는 뒷무대로 돌아서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한다. 우주가 지구보다 더 편안하다는 천재 남녀는 영화 말미에 지구에서 키스한다. 깨어나기 위해서 꿈을 꾸어야 하지만 극은 거대한 꿈이 아닌가. 조명 가득한 거리를 등지고 좁고 어두워지는 극장에 모여 모두가 자신을 잊고 무대의 제의에 참여하는.
- 평점
- 5.5 (2023.06.28 개봉)
- 감독
- 웨스 앤더슨
- 출연
- 제이슨 슈왈츠만, 스칼렛 요한슨, 톰 행크스, 제프리 라이트, 틸다 스윈튼, 브라이언 크랜스턴, 에드워드 노튼, 애드리언 브로디, 리브 슈라이버, 홉 데이비스, 스티브 박, 루퍼트 프렌드, 마야 호크, 스티브 카렐, 맷 딜런, 홍 차우, 윌렘 데포, 마고 로비, 토니 레볼로리, 제이크 라이언, 제프 골드블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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